Artist’s Notes
Draw-in-Black
The shapes drawn with black lines turn into a picture. Drawing in black and white is a simple expression method that almost everyone has tried at least once. However, the simplicity and fascination lie in depicting a world full of colors in black. I paint landscapes with black ink. I layer transparent black oil paint on the canvas, using it much like a pencil or charcoal. I leave areas unpainted, representing them with the absence of color, and sometimes I even wipe away the paint. This method of expression, choosing contrasts of light and dark over color, creates various monochromatic tones on the canvas. The contrast between brightness and darkness highlights the shimmer and shadow within the picture. (Jan, 2022)
검은색 그리기
검은 선으로 그린 형상이 그림이 된다. 흑백의 그림 그리기는 누구나 한 번쯤 행해보았을 단순한 표현 방식이다. 그러나 색으로 가득한 세상을 검은색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단순하고도 신기하며, 매혹적이다. 나는 검은 유채로 풍경을 그린다. 검은 유화 물감을 캔버스에 투명하게 쌓아 올린다. 유화 물감을 마치 연필 또는 목탄을 사용하듯 이용한 다. 흰색은 그리지 않고 남김으로써 표현하며, 때로는 닦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색채 대신 명암과 형상을 택한 표현 방식은 화면에 다양한 무채색을 만들어낸다. 밝음과 어두움이 대조를 이룸으로써 화면 속 반짝임과 그림자가 두드러진다. (2022.01.)

The Black
Black is the color of the night sky that retains the essence of the daytime. It is also the color of the deep abyss in the ocean. It is the color of distant mountains and dense, lush forests. It is the color of shadows cast by clouds. It is the color of rocks drenched in heavy rain. It is the color of dried-up puddles and discreetly revealed caves. And it is the color of earth swept away by passing wildfires. Black absorbs all colors within it. It is simultaneously no color at all and every color. It contains shades of red and blue, and it is the impossible color where brightness and darkness coexist. It is vast, deep and silent. It is both profound and subtle. (2020)
검은색
검은색은 낮의 시간을 간직한 밤하늘의 색이자, 깊은 바닷속 심연의 색이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의 색이며 울창하게 우거진 숲의 색이다. 구름이 드리운 그림자의 색이다. 장맛비에 흠뻑 젖은 바위의 색이기도 하다. 물이 말라버린 웅덩이의 색이자, 은밀하게 드러난 동굴의 색이다. 그리고 들불이 휩쓸고 지나간 흙의 색이다. 검은색에는 모든 색이 스며들어 있다. 그것은 아무 색도 아닌 동시에 모든 색이다. 붉음과 푸름이 담겨 있으며,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불가능의 색이다. 그것은 멀고 아득함이며 깊고 짙은 고요이기도 하다. 심오함이며 현묘함이다. (2020)

Island
I saw a photograph of a guard post, useless and endlessly crashing against the waves. The abandoned structure had already lost its function and decayed, yet it was not marked on the map. It had been discarded, but it should not be shown; it had lost its purpose, yet it still functioned by existing. I wandered here and there in search of places like the one in the photograph. In the process, I unexpectedly encountered places in Jeju Island where traces of modern and contemporary history remained, cutting through the land where people lived. Memories, unspoken and forgotten, lay scattered on the ground, alongside roads, in the middle of fields. Sometimes they were hidden in bushes or top of oreums. The long history of pain was still being repeated in the present. The pain that had persisted for a long time was valid in the same way, whether it was 100 years ago, 50 years ago, or today. What had been only vaguely known as pain could only be confirmed by stepping on the land itself. This place is an "island," located on the periphery, separated from the center. Islands are always categorized and marginalized by the center. An island is not only in the sea but also on land. All places that exist apart, on the fringes, are islands. I discover and examine the most marginalized memories in these separated spaces. I engage in conversation with them, hoping for change, and ignite a flame. It is like the practice of setting fire to the oruem. Beyond the flames sweeping across the land, I search for the spark of new change. (2018)

쓸모를 잃고 파도에 마냥 부딪히는 초소의 사진을 보았다. 누구도 지키지 않아 버려진 초소는 이미 기능을 잃고 쇠락했음에도 지도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버려졌지만 보여서는 안 되며, 이미 기능을 잃었지만 존재함으로써 기능한다. 사진과 같은 곳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제주도에서 뜻밖의 장소와 마주쳤다. 근현대사의 흔적이 삶의 터전을 가로지르며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야기하지 않아 잊히는 기억은 땅에 남아 도로 한편에 밭 한가운데에 널브러져 있었다. 덤불 속에, 오름 위에 가려져 있기도 했다. 오랜 아픔의 역사는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이어진 아픔은 10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그 시대의 방식으로 유효하다.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아픔은 직접 땅을 밟음으로써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은 중심으로부터 분리되어 가장자리에 위치한 ‘섬’이다. 섬은 항상 중심에 의해 분류되며 소외된다. 섬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뭍에도 있다.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모든 변두리의 장소들이 섬이다. 나는 중심으로부터 따로 떨어진 장소들에서 가장 소외된 기억을 발견하고 들추어본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변화를 기약하며 불을 붙여본다. 이것은 마치 오름의 들불놓기와 같다. 땅을 휩쓸고 지나가는 불길 너머로 새로운 변화의 불씨를 찾아본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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