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 of Landscape, Landscape of Scar
Koh, Choong-whan, Scar of Landscape, Landscape of Scar (2021)
고충환 , 풍경의 상처, 상처의 풍경 (2021)
Black and white. The impressive point is that she paints in monotone of black and white. So the paintings look like ink and wash painting or charcoal. She intended to experiment with forms of traditional method that depicts the details of the object-thing through the contrast of chiaroscuro, light and darkness, by medium of achromatic landscape. This effort has more meaning than just a formal experiment. One point is to prove that the object-thing can be adequately expressed without coloring, and another point is that there may be a unique at- mosphere or nature of monotone of black and white, which is distinguished from colored painting, or which the colored painting may have overlooked. What would it be? Her black and white painting looks conceptual and internal. Unfamiliar and disparate. There seems to breathe the aura of the time when the nature expelled by civilization returns, the time when such returned nature pushes up the strange other, the time of night and darkness, thus perhaps spiritual time - the word ‘aura’ also includes the meaning of ‘breath’ in addition to that of ‘atmos- phere’. Sometimes the painting looks like faded black and white photograph, which corresponds also to the thematic consciousness to summon the history and evoke the memory. So, the artist paints a phenomenological landscape where light and darkness contrast or mingle, even more completely in the absence of color.
Earth, water, fire, air. The blaze is wavering on the surface of the water (water and fire). An uncontrollable flame burning wild grass spreads out (earth and fire). Smoke rises in the background (air). The firecrackers explode crossing the darkness, and those sparks disappear into darkness (fire and air). Some of the remains of the firecrackers fall on the water (again, water and fire). The artist, who summoned history to accuse the violent reality that keeps returning and evoked the reverse of the landscape, in other words ‘the other’ of the landscape by the medium of the nocturne landscape, focuses in her recent works on the element, phenomenon, substance itself that appears in the nar- rative, such as historical narrative, narrative of night, in other words narrative of darkness. Could we say that the axis of her thematic con- sciousness moved from narrative to structure material of narrative? Or that the center of the gravity moved from macroscopic perspective to microscopic perspective? It seems to be a natural evolutionary process of thematic consciousness, which preserves the mutually organic relation and consistency. That perspective is paying attention to the elements, the materials of earth, water, fire and air. Then as we know well, earth, water, fire and air are known as the original material of the universe and the first elements. The myth regarding the original ma- terial doesn’t differ in East and West, which allows us to expect the future works of the artist, who is attracted keenly to the archetypical im- ages which are the origin of all beings, would open to ontology and dig further into the archetypical image of beings.
Myth. Myth is story. Story of stories. It is an archetype from which all stories are derived, thus an archetypical story. In the archetypical story, the archetypical image is contained (Archetype of Carl Jung). And archetypical material is contained (Material Imagination of Gaston Bachelard). Why do life and death circulate, why does existence exist? The reason is preserved there. How is life a part of death and is death a part of life, how does material become spirit and how is spirit reverted to material? The answer awaits there. Like spirit has its logic, material also has logic (Logic of Sensation of Deleuze). It is an answer than can be obtained through material, or body. I came to think there may have been some other reason why the artist painted the night, which is the half of the landscape, white horizon shining like a flash (or a certain revelation) across the pitch-dark ocean, black surface of water gushing out white foam of spume, and the firecrackers perishing into darkness after momentary glow. I also imagine that the artist would possibly paint someday the darkness itself by medium of material, beyond the material (so perhaps senses).
흑백. 작가의 그림에서 인상적인 것은 흑백 모노 톤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그림은 보기에 따라서 수묵화처럼 보이고, 목탄화처럼도 보인다. 무채색의 풍경을 매개로 키아로스쿠로 곧 명암을 대비시켜 사물 대상의 세부를 표현하는 전통적 기법에 대한 형식실험을 꾀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그저 형식실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굳이 채색이 없이도 사물 대상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이보다는 채색화와는 다른, 어쩌면 혹 채색화가 간과하고 있을지도 모를 어떤 것, 이를테면 흑백 모노 톤 고유의 분위기 혹은 본성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게 뭔가. 흑백으로 그린 작가의 그림은 관념적으로 보이고 내면적으로 보인다. 낯설게 보이고 이질적으로 보인다. 문명에 추방된 자연이 되돌아오는 시간, 그렇게 귀환한 자연이 낯선 타자를 밀어 올리는 시간, 밤과 어둠의 시간 그러므로 어쩌면 영적 시간 고유의 아우라가 살아 숨 쉬는 것 같다(아우라에는 분위기와 함께 숨이라는 의미도 있다). 때로 그림은 빛바랜 흑백사진처럼도 보이는데, 역사를 소환하고 기억을 환기하는 주제 의식에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 그렇게 작가는 채색이 없어서 오히려 더 오롯한, 빛과 어둠이 대비되거나 몸을 섞는 현상학적 풍경을 그린다.
흙, 물, 불, 공기. 수면에 불꽃이 일렁인다(물과 불). 들풀을 태우며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번져나간다(흙과 불). 그 뒤편으로 연기가 피어오른다(공기).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며 폭죽이 터지고, 그렇게 튄 불티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불과 공기). 그 잔해 중 일부가 수면 위로 낙하한다(다시, 물과 불). 그렇게 매번 되돌아오는 폭력적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역사를 소환한 작가는, 그리고 야경을 매개로 풍경의 이면 그러므로 풍경의 타자를 불러낸 작가는 근작에서 그 서사, 이를테면 역사적 서사, 밤의 서사 그러므로 어둠의 서사에 등장하는 원소 자체에, 현상 자체에, 질료 자체에 주목한다. 서사로부터 서사의 구성물질 쪽으로 주제 의식의 축이 옮겨왔다고 해야 할까.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관점으로 무게중심이 옮아왔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어쩌면 주제 의식의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으로도 보이는, 그러므로 상호 유기적인 관계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는 그 관점에 붙잡힌 물질 그러므로 원소가 흙, 물, 불, 공기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흙, 물, 불, 공기는 그로부터 세계가 유래한 기원물질이며 최초의 원소로 알려져 있다. 이런 기원물질에 대한 신화는 동서가 다르지 않은데, 존재가 유래한 원형적 이미지에 끌린다는 점에서 향후 작가의 그림이 존재론으로 열리는, 그리고 그렇게 존재의 원형적 이미지를 파고드는 경우를 예감해봐도 좋을 것이다.
신화. 신화는 이야기다. 이야기들의 이야기다. 모든 이야기가 그로부터 파생되었을 이야기들의 원형 그러므로 원형적 이야기다. 그 원형적 이야기 속에 원형적 이미지가 간직돼 있다(칼 융의 원형). 그리고 원형적 물질이 간직돼 있다(가스통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이유가, 존재가 존재하는 이유가 보존돼 있다. 어떻게 삶이 죽음의 일부이며 죽음이 삶의 부분일 수 있는지, 물질이 어떻게 정신이 되고 또한 정신이 어떻게 물질로 환원되는지에 대한 답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의 논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질도 논리를 가지고 있다(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그렇게 오직 물질 그러므로 몸으로서만 얻을 수 있는 답이다. 진즉에 작가가 풍경의 반쪽인 밤을 그리고, 칠흑 같은 바다 건너편에 섬광(아니면 무슨 계시)처럼 빛나는 하얀 수평선을 그리고, 포말을 하얀 거품으로 토해내는 검은 수면을 그리고, 찰나적인 빛으로 어둠 속으로 죽는 폭죽을 그린 이유가 따로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향후 작가가 혹 물질을 매개로, 물질(그러므로 어쩌면 감각)을 넘어 어둠 자체를 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