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ment
Light reveals the contours of everything it touches and leaves behind shadows. The sharp outlines and shadows that were distinct during the day approach as different silhouettes, permeating into darkness at night. Ever-changing landscapes, even with a hint of light and weather variations, become subjects of sculptural exploration. Landscapes compel experimentation and offer leaps for the painter. By observing, painting, and re-observing the landscape turned into a painting, the painter expands contemplation towards the world. In the experimental platform of landscape painting, I imagine another world entirely comprised of pure sculptural elements. It's a world filled with black lines, akin to writing with a pencil on a bright background or drawing with charcoal. Using black oil paint such as Ivory Black, I delicately fill in faint lines as if sketching, resembling chiaroscuro. Amidst the grayish landscape, emerges the "Black Landscape," where lines, surfaces, light, and shadow are accentuated.
The Black Landscape is an exploration of primitive drawing, shaping forms with black lines, and an inquiry into the traditional subject of landscapes. Over the years of depicting the Black Landscape, there have been instances where a hint of color seeps into the canvas or changes occur within the image. Initially delving into real places and historical events, it gradually transformed into unreal landscapes. These natural landscapes, ubiquitous yet nonexistent, allude to the repetition and cyclical nature of time in nature,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reality and unreality, life and death.
Lately, I've been pondering the idea of "knots" within landscapes. These knots are layers, patterns, traces, and imprints. The curving of waves crashing, the dry grass, and the furrows in fields hold knots. They resemble each other despite their differences. Knots are connecting elements and textures within landscapes. Moreover, they resemble elements of painting, like brushstrokes. The act of drawing lines and repeating motions resembles the form of knots. However, within the flexible repetition, there are irregularities. Just as every wave takes on a unique shape, within the variations of repetition, I reflect on the mind and life. I anticipate what landscapes will touch my heart in the future and what countless knots will emerge from them.  (May, 2024)
빛은 닿는 모든 것의 윤곽을 드러내고 그림자를 남긴다. 낮 동안 또렷했던 윤곽과 그림자는 밤이 되면 어두움에 스며 다른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약간의 빛과 날씨의 변화에도 변화무쌍한 풍경은 조형적 탐구의 대상이다. 풍경은 화가에게 실험을 강제하고 도약을 제공한다. 화가는 바라보고, 그리고, 다시 그림이 된 풍경을 바라봄으로써 세계를 향한 사유를 확장한다. 나는 풍경이라는 회화의 실험대에서 온전히 조형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세계를 상상한다. 밝은 바탕에 연필로 글씨를 적듯, 목탄으로 드로잉하듯 검은 선으로 채운 세계이다. 아이보리 블랙 등의 검은 유화 물감을 기름에 개어 마치 소묘하듯 엷은 선을 채워 나간다. 회색빛 풍경 속에서 선과 면, 명과 암이 두드러지는 ‘검은 풍경’이다.
검은 풍경은 검은 선으로 형상을 빚는 원시적인 그리기에 대한 탐구이자, 풍경이라는 전통적 주제에 대한 탐구이다. 수년 동안 검은 풍경을 그려오며, 화면에 약간의 유채색이 스며들거나 이미지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초기에는 실제 장소와 역사적 사건을 다루었다면 점차 비실재의 풍경으로 변하였다. 어디에나 있을 법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자연 풍경은 시간의 반복과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에 대한 은유이자,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풍경을 암시한다.
최근에는 풍경에 ‘결’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풍경의 결이란 겹이자 층이며 무늬이고, 흔적이자 자국이다. 밀려오는 파도의 굽이치는 물결, 마른 들풀그리고 밭의 이랑과 고랑에는 결이 있다. 그것들은 서로 다름에도 닮아 보인다. 결은 서로 다른 풍경을 연결하는 선적 요소이자 질감이다. 또한, 그것은 붓질과 같은 회화의 요소를 닮았다. 선을 긋고 반복하여 움직이는 행위와 흔적은 결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유연하게 반복되는 리듬에도 변칙이 있다. 모든 파도의 모양이 제각각인 것처럼, 그 반복 속 변주에서 마음을 떠올리고 삶을 떠올린다. 앞으로 어떤 풍경이 내 마음에 가닿을지, 그것에서 피어날 무수한 결들은 무엇일지 기대한다. (2024. 05.)

I depict landscape using black oil color. Landscapes serve as an experimental ground to explore monochromatic hues, shapes, and elements of light and shadow. Observing mountains and seas, water and fire, light and shadow, I discover th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in their forms. Landscapes are a fragment of reality reflecting the world. By observing landscapes, drawing them, and then looking at the landscape which is represented, I expand my contemplation towards the world. The contemplation of landscapes awakens a sense that transcends time. Late-night rivers exhibit subtle changes every day, rugged hills accumulate and forget memories and the repetition of history, while vast seas reveal the infinite cycles of nature. When I feel the immense flow of time within the landscape before me, I often experience a connection between the past, present, and future. It's the indeterminate and infinite time of nature where past, present, and future overlap. Landscapes in artworks extend from everyday places to somewhere in the sea. The landscape, whose time flows through it, serves as a metaphor for the repetition and cycle of nature. It's an archetype of landscapes where the boundaries between reality and unreality, life and death, disappear. (Mar, 2023)검은 유채로 소묘하듯 풍경을 그린다. 풍경은 무채색의 색채와 형상, 명암의 조형 요소를 탐구하기 위한 실험대이다. 산과 바다, 물과 불, 빛과 그림자를 바라보며 서로 다른 형상의 닮음과 다름을 발견한다. 풍경은 세계를 반영하는 현실의 한 단면이다. 바라보고, 그리고, 다시 그림이 된 풍경을 바라봄으로써 세계를 향한 사유를 확장한다. 풍경의 사유는 시간을 초월하는 감각을 일깨운다. 늦은 밤의 하천은 매일의 미묘한 변화를, 거친 오름은 쌓이고 잊히는 기억과 역사의 반복을, 거대한 바다는 자연의 무한한 순환을 발견하게 한다. 이처럼 눈앞의 자연 정경을 마주하며 풍경에 흐르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느낄 때, 과거, 나아가 미래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중첩되는 불특정하고 무한한 자연의 시간이다. 작품 속 풍경은 일상 주위의 장소에서부터 어딘가의 바다에 이른다. 언제,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은 시간의 반복과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에 대한 은유이자,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풍경의 원형archetype이다. (2023. 03.)


The shapes drawn with black lines turn into a picture. Drawing in black and white is a simple expression method that almost everyone has tried at least once. However, the simplicity and fascination lie in depicting a world full of colors in black. I paint landscapes with black ink. I layer transparent black oil paint on the canvas, using it much like a pencil or charcoal. I leave areas unpainted, representing them with the absence of color, and sometimes I even wipe away the paint. This method of expression, choosing contrasts of light and dark over color, creates various monochromatic tones on the canvas. The contrast between brightness and darkness highlights the shimmer and shadow within the picture. (Jan, 2022)검은 선으로 그린 형상이 그림이 된다. 흑백의 그림 그리기는 누구나 한 번쯤 행해보 았을 단순한 표현 방식이다. 그러나 색으로 가득한 세상을 검은색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단순하고도 신기하며, 매혹적이다. 나는 검은 유채로 풍경을 그린다. 검은 유화 물감을 캔버스에 투명하게 쌓아 올린다. 유화 물감을 마치 연필 또는 목탄을 사용하듯 이용한 다. 흰색은 그리지 않고 남김으로써 표현하며, 때로는 닦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색채 대신 명암과 형상을 택한 표현 방식은 화면에 다양한 무채색을 만들어낸다. 밝음과 어두 움이 대조를 이룸으로써 화면 속 반짝임과 그림자가 두드러진다. (2022. 01.)
검은색은 낮의 시간을 간직한 밤하늘의 색이자, 깊은 바닷속 심연의 색이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의 색이며 울창하게 우거진 숲의 색이다. 구름이 드리운 그림자의 색이다. 장맛비에 흠뻑 젖은 바위의 색이기도 하다. 물이 말라버린 웅덩이의 색이자, 은밀하게 드러난 동굴의 색이다. 그리고 들불이 휩쓸고 지나간 흙의 색이다. 검은색에는 모든 색이 스며들어 있다. 그것은 아무 색도 아닌 동시에 모든 색이다. 붉음과 푸름이 담겨 있으며,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불가능의 색이다. 그것은 멀고 아득함이며 깊고 짙은 고요이기도 하다. 심오함이며 현묘함이다. (2020)
섬 (2018)
쓸모를 잃고 파도에 마냥 부딪히는 초소의 사진을 보았다. 누구도 지키지 않아 버려진 초소는 이미 기능을 잃고 쇠락했음에도 지도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버려졌지만 보여서는 안 되며, 이미 기능을 잃었지만 존재함으로써 기능한다. 사진과 같은 곳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제주도에서 뜻밖의 장소와 마주쳤다. 근현대사의 흔적이 삶의 터전을 가로지르며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야기하지 않아 잊히는 기억은 땅에 남아 도로 한편에 밭 한가운데에 널브러져 있었다. 덤불 속에, 오름 위에 가려져 있기도 했다. 오랜 아픔의 역사는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이어진 아픔은 10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그 시대의 방식으로 유효하다.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아픔은 직접 땅을 밟음으로써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은 중심으로부터 분리되어 가장자리에 위치한 ‘섬’이다. 섬은 항상 중심에 의해 분류되며 소외된다. 섬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뭍에도 있다.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모든 변두리의 장소들이 섬이다. 나는 중심으로부터 따로 떨어진 장소들에서 가장 소외된 기억을 발견하고 들추어본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변화를 기약하며 불을 붙여본다. 이것은 마치 오름의 들불놓기와 같다. 땅을 휩쓸고 지나가는 불길 너머로 새로운 변화의 불씨를 찾아본다.

말뚝 (2018)
군사시설이 포함된 풍경을 공공연하게 사진 찍거나 작품으로 묘사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제한받는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군사기지법이 적용되는지 알 수 없기에 산에 오른 자는 스스로 행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나는 행위가 통제되는 범위를 알 수 없어 스스로 광범위하게 행위를 제한하게 되는 것에서 부자유와 불편함을 느꼈다. 군사시설은 말뚝이나 표지판, 울타리 등을 통해 그 경계를 표시한다. 나는 여러 지표 중에서도 말뚝에 주목한다. 말뚝은 수직으로 땅 위에 세워짐으로써 장소를 구분하는 지표의 기능을 한다.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고 경계를 나누는 울타리 일부가 되어 행위를 제한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에 놓여있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크기도 작기 때문에, 우연히 마주칠 수는 있으나 일부러 찾기는 매우 어렵다. 운 좋게 말뚝을 발견하더라도 대다수는 누군가가 지키고 관리하지 않다보니 낡고 도색이 벗겨져 있다. 때로는 무성한 수풀이 가리고 있거나, 쓰러지고 뽑혀 있기도 하다.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말뚝은 경계를 알리는 기능을 정확히 수행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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